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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림보(KAFE LIMBO)

KIM HWAN KI 2013. 7. 19.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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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현대미술가들의 드로잉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미술관 겸 카페 공간테이크아웃드로잉(Takeout Drawing). 예술가의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카페 레지던시를 통해 때마다 바뀌는 드로잉 작품을 유기농차나 커피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지향한다멜로 영화에서 첫사랑과 재회하는 장면으로 낭만을 꿈꾸게 하던 그때 그 모습과는 달리 조금 시끄럽고즉흥적인 격동이 일어나 놀라웠다무대배경막을 대신한 적막한 느낌의 그래픽디자인 벽면과 누더기 옷을 걸친 연극 배우들의 등장이 연극이 시작되기 전부터 색다른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카페림보>(2012)를 원작으로 한 이 창작극에선 정상으로 분류되는 루트에서 벗어난 사람들즉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들을 림보라고 말한다그들은 학교에 가고취직하고결혼하고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식이 옳다고 판정하는 우리 사회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림보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지만그저 남들처럼 그냥’ 잘 살아보려고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숨죽이고 있진 않았는지 우리에게 일침을 가한다.

 

 

 

이날 초대된 관람객들은 도슨트로 변신한 작가 김한민을 따라 연극의 무대로 바뀐 카페 공간으로 향했다실험적 정신을 반영한 <카페림보창작극은 무대와 객석관람방식에 대한 고정의 틀을 깨고 나와 살아있는 전시관을 느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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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ark jungin

 

 

 

<카페 림보원작은 언제 나왔나

김한민 작가2012 11월 말에 나왔다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평면 작업이었던 전시가 사람배우연출로 현실 밖으로 튀어나왔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영화처럼 전시관이 살아있다가 되었다.

 

 

 

올해 초, 테이크아웃드로잉-이태원동의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되고 난 이후부터 작업한 연극일지가 있다고 들었는데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심정은 이랬다. “여기 뭐야완전 카페 림보 잖아?” 그때부터 두 달 간 지내면서 기록일지를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에 전시연극 내용아티스트 테이블 등을 그림으로 담은 연극일지를 연재하게 되었다.

 

카페 공간을 배경으로 한 연극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 의도는 연극이 아니었다하지만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무대 미술가연출가 등 여럿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며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우리는 관객이 참여하여 연극의 한 부분에 동화되어 특별한 일을 벌이게 되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작소설 영화를 볼 때도 그렇듯이, ‘만화로는 재밌는데 연극으로 하면 왜 재미없지?’ 라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점 때문에 결말적인 구성을 바꾼 것도 있지만무엇보다 환경연극을 통해 생길 수 있는 변수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다관람객들이 연극 중간 중간에 해석을 할 수 있게 유도한 셈이다예를 들면화살에 맞는 장면(채식주의자를 비난하는 직장 상사의 말에 아래 직원이 상처를 받는 회식자리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했다)처럼 재밌고 웃긴 장면들은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함께 섞일 수 있지 않나나 역시 뒷편에 편하게 앉아 공연을 유쾌하게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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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을 바퀴족으로 개입시킨 것이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인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나이인 림보 세대가 느끼는 사회적 이질감에 대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실제 연극 배우들의 나이도 그러하고연극을 보러 온 이들도 겪을 수 있는 맹목적인 사회에 대한 시선을 담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배우들은 자기 주장이 강한 친구나 한번도 연극을 해본 적 없는 친구들이 함께 어울렸다는 점에서 좋았다특히 더듬이라는 역할을 한 친구는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실제 일하는 직원이다. (웃음)

 

 

 

카페 레지던시 공간에서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카페가 상업적인 공간임에도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연극 준비를 위해 할애해준 부분이 많았다평소보다 일찍 카페를 마감하여 공간에 대한 회의도 자유롭게 진행하고, 가끔 화를 내면서 크게 소리 지르는 연습을 했었으니까 말이다아마 여기 단골 손님이라면적어도 여기서 연극을 준비하고 있구나 정도는 알아차렸을 것이다.

 

 

일상적인 공간이 주어져서 그런지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정확히 어떠한 상황이 그대로 재현된 건 아니지만, 카페에서의 모든 상태가 연극을 위한 영감이었다화이트큐브적인 미술 전시관보다 이 공간 자체가 주는 힘이 아무래도 더 있으니까 말이다그래서 넋을 놓고 쉴 때조차 나는 계속 관찰했다관찰자의 시선으로 관객들을 이끄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직시해주며 상황이 전환될 때마다 관객에게 전개를 미리 알려주어 낯설게 하는 역할을 항상 해보고 싶었다.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마지막 연출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연출자가 마지막 장면을 바꿨다그 의견에는 나 역시 동의했다나는 30대 초반인 나이임에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듬이라는 역할에 대한 해석을 남겨두고 싶었다그래서 바퀴족도림보족도 아닌 것이 되는 마무리가 이 이야기에 맞을거라고 생각했다.


전시연극에서 관객들은 일종의 역할놀이를 경험한 것 같은데

관객들 또한 연극의 일부분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마지막 계단을 내려올 때배우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연극이라는 게 제한될 수 있는 형식의 장르인데열린 공간에서 해보는 새로운 시도였다는 점에 대해서 신선하게 봐주었길 바란다. (전시는 2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3 1일 금요일 오후 7 30정원 10명에 한하는 앵콜 공연이 있다공연 신청은 테이크아웃드로잉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Official Website: http://www.takeoutdrawing.com/

 

 

 



Hyangrin Mun

hyangrin.mun@gmail.com